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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묵상] 다리를 놓는 설교
    신학책 읽는 아저씨의 사색 2020. 11. 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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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놓는 설교>

     

    최근에 어느 목사님의 설교를 들었다. 마음 한 켠이 답답했다. 분명히 본문의 원리와 그에 대한 결론을 정확하게 말하고 있는데도 무언가 모를 답답함이 느껴졌다. 왜 그랬을까? 그 설교를 듣고 계신 성도님들은 수 십 년간 교회에서 설교를 들어온 분들이다. 그러면 그 분들은 정해진 결론과 건조한 원칙을 말하는 똑같은 설교를 수 십 년간 들어왔다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어렸을 적부터 보수적인 교단에서 자랐기에 진리를 선포하거나, 결론을 정해놓고 어떠한 원칙을 전달하는 설교에 익숙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설교에 만족하지 못한다. 여기에는 분명 나 역시 설교자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써 느끼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적인 교회의 설교가 변하지 않는 메시지를 선포한다는 것은 미국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복음주의권의 교회들에서 들을 수 있는 설교는 대부분 설교자가 결론을 정해놓고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교하는 연역적 설교이다 (그렇지 않은 설교자도 분명 많다!). 그러니 보수적인 교단에서 성경을 사회정치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다거나, 현재의 시대적 맥락을 지나치게 고려한다거나, 새로운 상상력을 동원해 설교에 또 다른 내용을 첨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물론 복음주의의 설교 방식을 비난할 수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분명 하나님의 말씀에는 명확한 결론이 있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설교는 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설교를 수 년, 혹은 수 십 년 동안 들어온 성도들에겐 무엇이 남는가이다. 수 십 년간 들어온 설교를 통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어떻게 변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설교를 듣는 성도들이 살아가는 진한 현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본문의 메시지와 연결시키는 설교를 하고 싶다. 말씀의 결론을 선포하기보다, 말씀과 소통하고 싶다. 본문에 나와 있는 메시지의 원리를 전달하기 보다는, 본문에 나와 있는 메시지가 듣는 성도들의 삶으로 흘러들어가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설교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과정을 만들어 가는 설교가 될 것이다. 그래, 바로 이것이다. 성도들의 삶의 여정을 살아 있는 말씀의 현실로 불러들이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그런 설교를 하고 싶다. 이런 나의 설교가 성도들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신앙과, 그들의 삶에 있는 고단하고 괴로운 일들 사이에 믿음의 다리를 놓는 것에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할 것이다. 왜냐하면 성도들이 놓은 믿음의 다리 위에는 분명히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계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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